만약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본인이나 가족 또는 가까운 지인이 뇌동맥류라는 것을 알게 된 분들일 텐데요.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 어머니는 수술 잘 받으시고 현재 건강하십니다. 2곳을 한 번에 수술하다 보니, 절개 부위가 무려 25cm~30cm이라 처음에는 티가 많이 났는데 머리카락이 자랄수록 점점 티가 안 나서 다행입니다.
2편의 마지막은 수술 당일, 중환자실에 입원하셔서 집으로 돌아와 와이프랑 저녁 먹은 것까지 말씀드렸습니다. 이어서 이야기해 드리자면, 다음 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삼성병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면회 시간이 10시 30분 ~ 11시라서 10시 도착을 목표로 했습니다. 짐은 어제 병원 캐비넷에 보관했기 때문에 이동이 한결 편했습니다.
출근 시간이 살짝 걸리기도 했는데 역시 서울이라 지하철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하철이 꽉 차서 타지도 못하고 2번 지나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3번째에 끼어서 탔습니다. 일원역에 내려서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사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인데 바로 오길래 탔습니다. 도착해서 바로 신경외과 중환자실로 향했습니다. 2층입니다.
10시 30분이 되니 한명씩 이름을 불렀고 명단에 사인 후 들어갔습니다. 저희 엄마 배액관은 제거되어 있었고 간호사분이 붕대를 다시 메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괜찮으셔? 라고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하시는 겁니다. 순간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했는데, 다행히 손으로 괜찮다고 하시며 아들 왔냐고 하셔서 십년감수했습니다. 진짜로..
수술하면 많이 붓는다고 하는데 당장은 안 부었고, 정상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기억력도 문제 없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수술해 주신 김종수 교수님께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30분이 금방 지나서 1시에 일반실로 올라갈 것이라 하여 알겠다고 하고, 캐비넷에 보관했던 짐을 찾아 10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일반실로 올라오는 첫날은 집중치료실로 배정받게 되는데, 간호사센터 바로 옆이고 일반실보다 좀 더 관리해 주는 병실입니다. 새벽에 수시로 체크하기 때문에 커튼은 치면 안된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7~8인실 정도 됐던 것 같은데 보통 하루 뒤에 일반실로 옮기기 때문에 꽉 차진 않는 것 같습니다.
1시에 올라올 것이라고 안내 받아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통 오류로 조금 2시쯤 올라오시는 것으로 변경됐다더군요. 이해가 안됐지만 수술이 잘 됐으니 별 말 안 하고 먼저 자리를 안내받았습니다. 창가 쪽이 자리가 비었던데 그쪽으로 안내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답답하진 않겠다 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더 탁 트여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엄마가 오셔서 이부자리 정리해 드리고 점심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병실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과일이랑 군것질거리 조금 사서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걱정했을 가족들과 지인들한테 연락을 돌려 걱정하지 말라 안심시키시고는 주무셨습니다. 아무래도 뇌 수술이니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녁 시간이 되어 엄마를 깨웠는데, 갑작스러운 엉치 통증으로 움직이지 못하셨습니다. 수술하면서 긴장을 하셨는지 갑자기 엄청난 통증을 겪으셔서 앉을 수가 없어서 옆으로 누우시게 한 후 제가 먹여드렸습니다. 저녁을 드신 후에 잠깐 기운을 차리셔서 씻으시고 수술 후에는 걷기가 도움이 된다고 하여 살짝 걸으시고 주무셨습니다.
다음 날, 엉치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수술 부위 주변이 붓기 시작했습니다. 뇌 수술은 전신마취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금씩 걸어줘야 부기도 빠지고 폐와 신장 등 장기들의 기능도 돌아온다고 했는데 걸을 수 없었습니다. 삼시세끼 어느 정도 적당히 먹여드리고 주무시고 깨다 반복하시다가 일찍 잠이 드셨습니다.
원래는 일반병실로 옮겼어야 했는데 희망하는 1인실, 2인실이 만석이었고 어쩐일로 잠깐 집중치료실이 한산해서 좀 더 있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보호자 침대를 저녁 6시 이후에 펼쳐야 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엉치 통증 때문에 전혀 못 움직이시는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입원 마지막 날, 엉치 통증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입원을 좀 더 할 수 없냐고 문의했는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신경외과 병실 동이라 엉치통증에 대해 치료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하루 이틀이라도 있었으면 했는데 어쩔 수 없이 퇴원 준비를 했습니다.
입원+수술비 정산을 하고 보통은 10시 이전에 퇴원했어야 하지만, 미리 예약해 놓았던 한방병원에 12시쯤 와달라고 부탁을 드렸던 터라 시간이 좀 비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혹시 몰라 간호사실에 부탁드렸더니 감사하게도 대기하시다가 가시라고 하셔서 계속 누워계시다가 한방병원에서 픽업이 와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은 자동으로 산정 특례 30일이 적용됩니다. 입원+수술비 결제할 때도 적용이 되니 확인하시고 결제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양방의사가 있는 한방병원에서 1인실 제외 2인실, 4인실, 5인실 병실 혜택이 있으니 잘 확인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보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본인부담률 및 부담액 < 건강보험 본인부담기준 안내 < 본인부담기준 < 제도·정책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저희가 예약한 강남 치휴 한방병원은 삼성병원에서 차로 약 5분~10분 거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집 근처로 가려고 했었는데 혹시 모를 위급상황에 대비하여 병원 근처로 알아보고 결정한 곳이었습니다. 이 곳은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과 한방 선생님들이 계신 곳입니다. 양방의사가 있어야 산정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근데 1인실은 병실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는데, 본인이 갖고 있는 보험을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보험으로 어느 정도 보장이 되었고, 큰 이모가 간병해 주러 오신다고 하셔서 1인실만이 보호자가 같이 지낼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입원실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대신 밥이 잘 나오기로 유명했는데 가격도 비싸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나오는데 8천원이었고 본인 부담은 50%기 때문에 4천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에 바로 집으로 가시면 식사가 걱정됐었는데 이 곳으로 오면서 가장 크게 안심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도 먹어봤는데 맛도 괜찮았습니다.
첫날은 제가 있었고, 다음 날은 아빠가 오셨고, 셋째 날부터는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게도 큰 이모가 오셨습니다. 물론 경제적 자유를 이룬 분이시라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지만, 환자를 간병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입니까.. 물론 저희 엄마가 거동이 불편하진 않았지만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2주가 살짝 넘는 기간 동안 한방치료를 받아 엉치통증을 잡았고, 조금씩 걸으시면서 붓기도 많이 빠지고 체력도 끌어올리고 건강을 조금씩 되찾으셨습니다. 치휴 한방병원은 갖고 있는 보험에 맞춰 보장되는 치료를 우선으로 해주고 환자가 원하면 비급여 치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1인실 이용하고 치료도 받고 하셔서 비용은 꽤 많이 나왔지만 보험 덕분에 잘 해결됐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후반부에는 좀 줄였는데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답니다. 이만 글을 마칩니다. 끝으로 환자분과 보호자분께 위로의 말씀과 조언을 남깁니다.
뇌동맥류를 발견한 환자분과 보호자분께 전하는 말
만약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과 조언을 드리자면,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치사율이 30%가 넘을 만큼 치명적이지만 실제 파열되는 비중은 1%~3%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시간만 지나가게 두면 안 됩니다.
신경외과는 너무 힘들어서 기피 부서 중에 하나라 소위 명의라고 불리는 분들의 진료조차도 어렵고 의료파업 여파로 수술/시술 일정은 더더욱 뒤로 밀려있기 때문입니다. 걱정한다고 뇌동맥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으로 서울 빅5 병원을 예약하시고, 그 외에 병원도 함께 찾으시길 바랍니다. 보호자들도 함께 도와주셔야 빠른 치료가 가능합니다.
네이버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셔서 최대한 도움을 받으시고 정보를 모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술, 담배 하신다면 당장에 끊어버리십시오. 혈압이 높으면 파열 확률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카톡방에서 봤는데 그분 아버지가 뇌 수술 후에도 담배를 피워서 자식이 고민하더라고요. 그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술은 완치가 아닙니다. 재발률도 은근히 높고 병원에 방문하여 검진을 자주 봐야 합니다. 반면에 수술은 완치입니다. 물론 너무 무섭고 어려운 수술이지만, 적어도 발병 부위에 대해서는 재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클립이 떨어져 나가거나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요.
그리고 시술은 약을 최소 6개월~1년 반을 드셔야 합니다. 수술은 약이 없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고 교수님마다 판단이 다릅니다. 잘 알아보시고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고 진료받으셔서 치료받을시길 바랍니다. 미리 발견하시는 것부터가 치료의 시작이며 천운이라고 생각하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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